월가의 영웅 by 피터 린치 - (16) 2분 연습
p273
지금까지 책에서 피터 린치는 투자 대상 종목이 여섯 가지 유형 중에 어디에 해당되는지, PER 밴드를 통해서 과대평가되었는지 과소평가되었는지 아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다음 단계로는 회사가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추진하고 있는지, 어떤 추가적인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최대한 파악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회사에 왜 투자를 해야하는지 간단히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작업을 '스토리' 파악이라고 피터 린치는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분 연습 이라는 소제목을 써서, 2분 내에 회사의 중요한 내용과 개괄적인 현재 '스토리'를 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자산주 유형은 예외가 된다고 피터 린치는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자산주 역시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자산주에 해당하는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회사가 성장을 안 하면서 놀고 먹고 있는지, 어떤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안 까먹으려면 최소한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나와줘야 한다. 이러한 최소한의 순이익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 설명이 가능하면 더욱 좋다.
이익이 계속 증가하려면 무엇인가 회사 안에서 역동적인 활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에 대해 더 확신할 수 있다면 그만큼 스토리를 파악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해당 주식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 회사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앞길에 놓인 함정은 무엇인가에 대해 2분 동안 혼잣말하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2분 말하기의 내용이 친구 가족이나 어린 아이에게도 이해될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굉장히 적절한 설명이 아닐까 한다. 설명하고자 하는 본질을 설명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만 쉽게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자면 아래의 말과 같지 않을까?
'당신이 사고 싶은 종목에 대해 본인이 먼저 그 회사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정리해 보라'
또한 이 장에서 피터 린치는 2분 독백에 포함되는 예제를 열거해주고 있다.
저성장주 유형이라면, 배당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야 하고 경기 침체와 상관 없이 지속적인 배당이 이루어진다면 매력적인 설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기순환주 유형이라면, 현재 경제지표와 해당 회사의 재고 상황, 물가 수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자산주라면, (피터 린치도 자산주를 설명하라는 얘기였네요) 자산이 무엇이고 그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주요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추가적으로 여기에 아무리 '부자 부모를 둔 자식' 일지라도 상속 받은 재산을 까먹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가 적자를 내고 있지는 않은지가 주요 설명에 포함되어야 한다. 아무리 자산이 많아도 적자를 지속할 우려가 있다면 미래를 약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생주라면, 회사가 개선작업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그 계획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지가 필수적으로 설명 되어야 할 것이다.
대형우량주라면, PER 이 얼마인지, 최근 분기에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는지, 성장률이나 ROE 를 높이기 위해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가 주된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고성장주라면, 고속성장을 지속할만한 요소, 근거 등이 나열되어야 할 것이다.
피터 린치는 라퀸타, 그리고 빌드너,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이러한 '스토리' 2분 연습에 대한 설명을 이어 나간다.
1. 라퀸타
피터 린치는 종종 회사의 임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 그 회사의 경쟁업체가 어디인지 묻곤 한다. 만약에 경쟁업체에 대해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거나, 경쟁업체를 칭찬하고 배 아파 한다면 그 경쟁업체는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후보 종목으로 고려해볼만한 것이다.
그 배 아파하는 경쟁업체는 라퀸타 라는 회사였고, 피터 린치는 라퀸타를 통해 15루타(주가가 열 다섯배 상승)를 쳤다고 한다.
라퀸타는 모텔업종 회사인데, 홀리데이인즈 수준의 방을 제공하면서 가격은 30% 낮았다고 한다. 라퀸타의 주된 경쟁력은 결혼식장, 회의실, 대규모 리셉션 장소, 주방 면적, 식당을 없앰으로써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고 모텔 고유의 숙박에 집중한 것이다. 대신에 24시간 음식점 바로 옆이나 근처에 모든 라퀸타 모텔의 체인을 세운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라퀸타 모텔들은 음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아침식사 혹은 식사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해결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숙박업소들은 대개 식당에서 손실이 발생하는데, 식당을 없앰으로써 불필요한 손실이나 영업자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 것으로 주력 영업부문에 대한 효율을 극대화하게 된 것이었다.
또한 라퀸타의 건물들은 홀리데이인즈보다 건축비를 30% 저렴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30% 저렴한 숙박료를 받으면서도 홀리데이인즈와 동일한 이익을 올린 것이었다.
라퀸타가 생각한 주요 고객의 니즈는 '싸구려 모텔은 싫고 가능하면 홀리데이인즈 수준의 숙박을 더 저렴하게 하려는 소기업 경영자들'로 잡았고 대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홀리데이인즈는 고객들의 범위를 넓게 잡았기 때문에 주요 유료도로의 진입로 근처에 자리를 잡았지만, 라퀸타는 고객들을 저비용지출을 원하는 소규모사업 경영자들로 한정했기 때문에 상업지역, 관청, 병원, 공단 근처로 자리를 잡았고 방을 예약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한다.
이러한 정도의 '스토리'라면 더 이상 설명할 것도 없을 지경인데, 여기에 조달비용 부문에서도 라퀸타는 추가적인 비용절감을 이끌어냈다.
250실 규모의 모텔을 짓는 대신에 120실 규모로 지음으로써 비용을 낮추고 은퇴한 부부가 입주해서 운영할 정도의 소규모 수준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또한 주요 보험사들과 회사 이익을 일부 공유하기로 함으로써 유리한 금융 지원을 받고 대출을 함으로써 주요 보험사들이 라퀸타의 자금력이 일시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대출금 상환을 강요하기 보다는 회사 영업을 좀 더 잘 하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이 당시에 연 50% 로 성장하고 있었는데도 PER 10 정도로 주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터 린치는 라퀸타가 완전히 헐값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매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피터 린치는 기술주 보다 이러한 호텔업을 더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신기술에 투자하게 되면 곧 이어서 또 다른 연구소에서 새로운 신기술이 튀어나올 수 있지만, 호텔업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나타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물을 100개씩 막 지을 수도 없고, 새로운 경쟁 호텔이 나타나게 되면 서서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피터 린치는 책에서 라퀸타를 통해 10년동안 11배를 벌었다고 하는데, 초반에는 15루타를 쳤다고(?) 설명했다. 뭐 어쨌든 엄청난 기업의 사례를 보게 된 것으로 만족한다.
2. 애석한 빌드너
피터 린치의 빌드너 투자는 기업에 도취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한다. 빌드너에 대해 온갖 질문을 던지고도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빠뜨렸는데, 이것이 바로 회사의 치명적인 결함이었다고 한다.
빌드너는 음식점 사업을 하고 있었고, 편의점과 3성급 요리점의 장점을 잘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과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일 것이다. 피터 린치는 몇 년째 점심을 빌드너에서 해결하고 있었으므로 음식을 잘 만든다는 체험정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점이라고 해서 대중들의 취향도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빌드너의 주요고객은 '비닐에 포장된 싸구려 샌드위치'는 싫고 자신이 피곤해서 요리를 할 수 없지만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원하는데, 가격은 저렴한 것을 원하는 '맞벌이 부부' 정도였다는 것이다.
빌드너가 다른 도시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을 내놓고 IPO (기업 공개, 신규 주식 공모)를 하겠다고 하자, 피터 린치는 투자하기 좋은 기회가 왔다고 '도취'되어 버렸다고 한다.
이후에 빌드너는 보스턴의 백화점 두 곳에 매장을 새로 열었지만 완전히 실패했고, 맨해튼 중심가에 세 곳의 매장을 열었지만 망했다. 이후에 빌드너는 애틀랜타를 포함해서 더 먼 도시로 확장했다고 한다. 한두 번의 실수는 큰 피해가 없었을텐데 여러 번의 실수를 거듭함으로써 빌드너는 자금력이 바닥났고 파산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피터 린치는 50-95%까지 손실을 보고 처분했으며, 빌드너의 매력적인 음식과 사업계획에 주관적으로 도취되어 '이 아이디어가 다른 곳에서도 통하는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분명히 다른 도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통할 수도 있었으며, 그런 것들이 통하는지 확인한 이후에 천천히 투자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나 성급했다고 소회를 하고 있다. 또한, 한두 번 회사가 실패를 거듭할 때에 투자금을 회수했어야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분명히 '정을 붙였기 때문에' 매도를 미루고 손절하지 않은 것이었다.
피터 린치는 '그래도 샌드위치 맛은 기막혔다'고 한다.
나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보통 해당 종목에 '정을 주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곤 한다. 기업을 꼼꼼히 분석하고 차트를 오래 보다 보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그 회사가 익숙해지고 정이 드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생기고 나면, 쉽게 그 종목을 버리지 못하고 미련을 갖게 된다.
해당 종목에서 의미 있는 손실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 종목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주관적인 극단적 낙관' 때문인가, 아니면 '고집' 때문인가. 어느 쪽이 되었든지 해당 종목에 정을 붙이고 애착관계를 형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애착관계가 있는 대상에게는 객관적 판단을 잘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